이철민 개인전Lee Cheolmin Exhibition

Sound Installation
2026.11.7 – 11.26
11:00 – 17:00 (월요일 정기 휴무)
오프닝 소리굿 11.7 (토) 15:00 – 16:00도깨비 소리굿 오프닝 공연
박진화미술관
인천 강화군 강화읍 대산리 789-1 · 지도 보기
강화로 들어와 서울과 완전히 결별하지 못한 채 섬과 육지를 오가며 지냈고, 그 사이에서 두 개의 소리풍경을 번갈아 몸에 새겼습니다. 쉼 없이 밀려드는 도시의 소리와, 물이 들고 나는 속도로 흐르는 섬의 소리. 조용한 갯벌에 서서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를 올려다볼 때면, 두 세계는 한 장면 안에 겹쳐 있습니다.
걷기는 이동의 수단이면서 그 자체로 목적이고, 매일의 여행입니다. 걸으며 듣고, 듣다가 멈춰 녹음기를 꺼냅니다.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겨온 소리들 가운데 나를 붙잡는 소리를 기록하며, 이 소리환경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지만, 어느 때보다 고립감을 느낍니다. 땅과 바람과 물,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동물들과의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듣는다는 것은 그 끊어진 관계를 다시 더듬어 가는 행위이자 길을 찾아가는 걸음과 닮아있다고 느낍니다. 삶을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경험입니다. 귀를 열면, 나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모인 ‘걷는 귀’의 여정을 하나의 공간에 펼쳐 놓습니다. 전시장 둘레를 감싼 여덟 개의 스피커는 바다가 되어 조수처럼 차오르고 빠지며, 그 안에 놓인 여섯 개의 테이블 스피커는 각각 하나의 섬이 됩니다. 시간과 기억과 감정으로 이루어진 섬입니다. 어떤 섬은 누군가의 외침을, 어떤 섬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작은 소리를 품고 있습니다. 어떤 섬은 북소리로, 또 어떤 섬은 물방울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섬마다 저마다의 작은 사회가 있지만, 섬과 섬은 서로 닿지 못한 채 떨어져 있습니다. 당신이 그 사이를 걸으며 소리와 이어질 때, 소리는 당신의 경험이 되고 비로소 ‘듣기’가 됩니다. 공간에 머무르며 당신 곁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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